나는 오랜 국힙팬이다, 중학생 떄부터 마스터플랜 가리온 쏠컴 개화산 뭅먼을 들으면서 컸고,
지금도 10년째 쇼미더머니를 시청하고 있다, (이영지 짱)
국힙 팬들은 잘 알겠지만 제이통은 12년째 활동중인 OG 래퍼다. 심지어 나이도 나보다 많다.
쌈디, 스윙스, 빈지노와 같은 스타 래퍼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고, 또 동시에 그들이 가장 리스펙하는 래퍼이기도 하다
나도 처음에 제이통을 접했을 때에는 마초 기질 다분한 기인이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도 멋지게 늙어가면서, 또 나도 직업병으로 점점 마케터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그는, 태생적으로 브랜딩 감각이 타고난 천재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훌륭한 브랜딩에 있어 3요소라고 하면, 1. 신선함과 차별성 2. 일관성과 지속성 3. 컨텐츠의 완성도와 디테일 정도를 꼽아볼 수 있다. 제이통의 행보는 (알고 실행한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이 모든 요소들을 철저하게 만족시키고 있다.
신선함과 차별성
힙합에도 유행이란게 있다. 쇼미가 10년 넘게 힙합 시장의 유행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트랩부터 붐뱁, 싱잉랩, 드릴까지 장르적 유행도 있었고, 스타일이나 캐릭터, 기믹의 유행도 분명 있었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나 컨셉은 호응을 한번 잘 얻기 시작하면 팬층을 얻기 좋은 방법이었고, 그렇게 얻어진 팬들은 돈이 되었고, 그래서 정말 많은 독창적인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제이통이 갖고있는 캐릭터는 너무나 독창적이라 비슷한 느낌의 시도도 없었다.
제이통의 일련의 행보를 관통하는 키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합니다” 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서브메시지 두가지는 “건강제일” “자연보호”이다 (진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pinecone Rock"의 가사에서는 제이통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정수를 보여준다
삼키기 쓴 만큼/ 몸에 좋은 마늘/ 깻잎 위에 상추/ 암을 예방하는/ 내 flow는/ 화려한 제철의 봄 나물/ 기운 넘치는 내 rhyme은 탄수화물/ 한 여름의 송진처럼 끈적이난 내 발음
일관성과 지속성
자연이나 건강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가 통념적으로 갖고있는 래퍼라고 하는 입장에서 전달하기 애매하고 어려운 메시지이지만, 이에 대한 담론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래퍼 입장에서 건드리기 어려운 주제인 이유는, 둘 다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나지 않으면 받아들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설득당하기 어려운 주제라서다, 마치 비건 코스메틱 브랜드가 어설프게 비건인 척 하면 더 꼴 보기 싫은 브랜드가 되는 것처럼.
하지만 제이통은 철저하게 수년에 걸쳐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건강하고 자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방향으로 바꾸어나갔고, 그는 일관적으로, 지속적으로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이러한 브랜딩이 일순간의 기믹이 아님을 설득해나간다.
그는 2년째 차박을 하며 전국8도를 돌아다니면서 취미로 이쁘게 생긴 솔방울을 주우러 다니고, 매주 산으로 바다로 팬들과 함께 쓰레기를 주우러 다닌다. 또 아쉬탕가 요가 자격증도 따고, 맨손으로 암벽산을 오르고, 바다에서 맨몸 수영을 하고, 끼니마다 잔반을 남기지 않으며, 공연에는 생수병 대신 대파와 샐러리를 들고 올라가서 관객에게 나눠준다.
또한, 제이통은 음원 플랫폼의 부당한 수수료 구조에 보이콧 차원에서 앨범 음원을 음원사이트에 올리지 않고, 실물 앨범을 자사몰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사몰이 "솔방울 연구소"다.
http://pineconelab.co.kr/
완성도와 디테일
제이통은 자사몰인 솔방울 연구소에서 앨범부터 굿즈까지, 대부분의 세일즈 활동을 하는데,
자사몰의 UX부터 상세페이지까지,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브랜딩이 요소 요소 녹아있다
인정받는 아티스트인만큼 본인의 본연 작업물의 완성도가 높은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인디 아티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폼을 10년 넘게 보여주고 있어, 그의 메시지가 더욱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항상 독특한 주제를 갖고 꾸준히 설득력 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특히 화석 취급을 받는 세대의 래퍼에게는 유독 더 어려운 일일수도 있다.
요즘 유튜브에서 큰 호응을 얻고있는 다나카도 최근에 뜬 것 같지만 사실 5년동안 똑같은 컨셉을 밀고 있었다고 한다. 제이통도 꾸준하게 지금같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보면 언젠가 더 존재감이 드러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딱 한가지 아쉬운건 자사몰의 일처리 속도인데, 티셔츠를 네장째 사면서 평균적으로 배송기간이 3주 정도 걸렸다. 개인적으로는 운영할거면 조금 더 키워서 아예 일처리를 도와줄 사람을 두거나, 그냥 대놓고 전국 싸돌아다니느라 바빠서 배송기간이 졸라 많이 걸릴 수도 있다고 메인 팝업으로 박아두거나 하면 좋을 것 같다.
'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당의 VIP 멤버십 운영 (1) | 2022.12.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