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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

타고난 매력에 대해서

사진은 그냥 한소희가 너무 이뻐서 올려봤다

운이 좋게도 내 주변에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다. 몇마디 이야기만 나눠도 다가가고싶어지고, 알아가고싶고 관계를 이어가고싶게끔 만드는 사람들, 다정함이나 섬세함으로 뽐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로는 형용하게 힘든, 정말 동물적인 매력을 뽐내는 사람들도 있다.

 

매력이라는 건 얻게되는 부분보다는 타고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의 선천적인 재능이나 아름다움은 당연히 절대적으로 동경하게 된다. 그들의 남다름은 그들 스스로 깨닫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톤의 분위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감탄하는 그 타인들을 통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성장하면서, 그들은 더욱 자유로워진다. 남들과 다른 생각, 다른 행동,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두려움이 없다. 그들의 높은 자의식은 늘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그들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생각 할 뿐인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들은 훌륭한 업적을 남기거나 위대한 예술가가 되거나 왜 저렇게 사나 싶은 골방의 폐인이 되기도 한다. 대체로 그들에게는 그 매력에 질질 끌려 다니며 고질적인 무관심에 상처가 심한 애인이 있거나 그들의 애인이 되기를 바라며 목을 멘 사람들이 여럿 있다.

이러한 너무도 많은 선천적 매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같은 선천적 매력이 없는 범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그냥 조그맣게 살다가 그럭저럭 죽어야 하나, 하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선천적 매력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하나쯤은 어떤 자질을 타고 나게 되고 일생에 걸쳐 그것을 발견하느냐 마느냐, 노력하여 발전 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 있다. 앞서 말한 사람들의 경우는 그것이 평야 위에 갑자기 솟아난 화산처럼 눈에 띄고 기이한 것이라 빠르게 발견되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것은 풀밭 속에 숨겨진 네잎 클로버처럼 작고 찾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어쨌든 네잎클로버다. 먼 우주의 발견되지 않은 소행성처럼 언젠가 주인의 눈길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별하고 반짝거린다. 그 크기나 모양에 상관 없이.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그것이 매력이 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매력이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흥미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발견하고 적절한 흥미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나는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 라고 자주 말한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너무 좋다. 사는 것에 쫓겨 마음이 무겁고 얼굴이 어둡더라도 그 이야기만 하면 눈빛과 목소리에 조명이 켜지는 순간을 좋아한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갑자기 어깨를 펴고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다. 말이 약간 빨라지고 사용하는 단어들이 세련되어 진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 구체적인 노력과 행동이 생활에 깔려 있다는 것, 생각의 35 퍼센트 정도는 늘 그것에 팔려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더없이 매력적이다.

 

대학생때였다. 운 좋게 천문대 알바를 하다가 나사에서 일하는 10살 많은 칼텍 박사 친구들을 사귀게 된게, 정말 인생을 바꾸는 여러 경험을 그 알바를 하다가 겪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나이가 한참 많은 그 친구들이 우주와 자기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의 태도와 이야기를 할 때 반짝이는 눈빛이었다. "정말 멋지지 않니?, 나는 정말 위대한 일을 하고있어" 라고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은 흔한 주변의 3040 직장인들에게서 겪어보지 못한 그것이었다. 내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할 때 눈이 반짝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가치관을 갖게된 건 그쯤부터였다.

여기서 다시 매력 없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제 그 사람이 얼마나 절망적으로 살고 있는가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삶이 어딘가 밋밋하고 지루하고 우울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아무런 노력도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다가도 쉽게 그만두거나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두어가지에 손을 대어 보았으나 이내 심드렁해져서 그만 둔 경험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뭐랄까, 그런 자기 관리 없는 사람들은 (단지 개인적 취향으로 결정된 외면적인 기준에서 말하자면) 푹 퍼진 허벅지와 엉덩이처럼 정말 매력이 없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조차 무신경한 사람들이 타인을 올바른 방법으로 아끼고 사랑해 줄 리도 만무하다. 대체로 시니컬한 척 하며 다른 사람들의 반짝거림에 무척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자주 비웃는다. 자신이 존중 받고 싶은 무언가가 없으니까 남에게 존중 받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개념 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 자체로 너무도 우울하고 맛없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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